프로그램 : 충무로 초이스

거미집 COBWEB

김지운 | Korea | 2023 | 132’ | color

Synopsis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 딱 이틀이면 돼!” 1970년대 꿈도 예술도 검열당하던 시대 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감독은 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의 새로운 결말에 대한 영감을 주는 꿈을 며칠째 꾸고 있다. 그대로만 찍으면 틀림없이 걸작이 된다는 예감, 그는 딱 이틀 간의 추가 촬영을 꿈꾼다. 그러나 대본은 심의에 걸리고, 제작자 백회장은 촬영을 반대한다. 제작사 후계자인 신미도를 설득한 김감독은 베테랑 배우 이민자, 톱스타 강호세,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까지 불러 모아 촬영을 강행하지만, 스케줄 꼬인 배우들은 불만투성이다. 설상가상 출장 갔던 제작자와 검열 담당자까지 들이닥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는데… 과연 ‘거미집’은 세기의 걸작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Comment

이 영화가 김기영 감독과 그의 작품들을 모티프로 하였다는 점은 개봉 전부터 널리 알려졌다. 김지운 감독 사단이라 할 수 있는 김지용 촬영감독, 양진모 편집 감독, 모그 음악 감독이 참여했으며 신연식 감독이 감본을 맡았다. <동주>에서 알 수 있었듯 신연식 감독은 시대극 각본을 쓰는 데 능력이 있다. 영화의 배경은 1970년대로, 김기영 감독을 모델로 한 김열(송강호) 감독이 <거미집>이라는 흑백 영화를 찍는 이야기를 다룬다. 김기영 감독과 그의 작품들, 특히 ‘삼녀’ 시리즈인 <하녀>, <화녀>, <충녀>에 대해 알고 보면 훨씬 흥미로운 작품이다.

영화 초반 김열 감독의 아내가 등장하는 장면은 치과의사로 일하며 남편의 예술 활동을 뒷바라지 했던 실제 김기영 감독 아내와 겹쳐진다.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기자와 평론가들의 조롱에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도 당대에는 이해 받지 못 했던 그의 작품 활동을 표현한다. 영화 촬영은 종료되었지만 일부 장면을 재촬영하고자 하는 김열 감독의 고군분투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사전 심의에서 허가를 받지 않은 내용을 촬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나 이미 다른 촬영이 예정된 스튜디오를 사용하는 것부터 배우들의 스케줄을 조정하고 제작비를 끌어오는 것까지 하나도 쉬운 일이 없다.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의 스토리는 ‘삼녀’ 시리즈를 절묘하게 해체, 재창조해 구성했다. 중앙에 나선형 계단이 놓인 널찍한 2층 양옥집, 사장의 유혹에 넘어가는 여공, 혼외정사로 낳은 아이, 살인과 자살 등 공간, 인물, 에피소드 등 김기영 감독다운 것들을 모아놓았다. <사랑은 비를 타고>가 1930년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을 보여주었다면, <거미집>은 1970년대 충무로 영화 제작 시스템을 엿보는 재미를 준다. 정우성 배우가 신상옥 감독을 연상시키는 신석호 감독으로 깜짝 등장하거나 존 포드 감독의 충고를 인용하는 모습은 시네필이었던 김기영 감독, 또 그를 오마주하는 영화를 만든 김지운 감독 자신의 정체성에 방점을 찍는 장면들이다.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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