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The Contact
장윤현 | Korea | 1997 | 106’ | color
Synopsis
갑자기 떠나버린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폐쇄적인 삶을 살고 있는 남자 동현. 일하는 방송작가 은희가 보내는 맹목적 집착으로 자신의 선배 태호와 원치 않는 삼각관계에 얽혀 있다. 어느 날 옛사랑인 영혜로부터 전달된 음반으로 인해 그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친구 희진의 애인을 짝사랑하는 CATV 홈쇼핑가이드인 수현은 짝사랑의 외로움이 깊어지면 심야 드라이브를 한다. 어느 날 드라이브 중에 자동차 사고를 목격함과 동시에 그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매료되어 통신을 통해 그 음악을 신청한다. 동현은 옛사랑, 영혜로부터 음반을 받은 후 그 음악을 방송으로 내보냈고, 수현은 사고를 목격하면서 그 음악을 들은 것. 수현이 음악을 신청하자, 동현은 그녀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PC통신을 통해 접속하지만,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실망한다. 그러나 수현이 자기처럼 외로운 사람이고 반응 없는 사랑에 대한 열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동질감을 느끼며 서로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통신속 만남이 빈번해지면서 그들은 어느덧 서로에게 빠져든다. 수현은 어느덧 짝사랑을 정리하고, 동현도 원치 않는 삼각관계를 이유로 방송국을 그만둔다. 모든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진 이들은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만남을 벗어나, 함께 얼굴을 맞대고 영화를 보기로 약속한다.
Comment
‘대한민국 멜로 영화의 역사는 접속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내 멜로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사회문화적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던 1997년, 두 남녀는 PC 통신을 통해 사랑하고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대가 변하면서 방법은 달라도 설레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알아가고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소통의 본질을 변하지 않는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PC 통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선과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 감성적인 연출은 26년이 지난 지금도 그다지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90년대 아날로그 감성은 따뜻한 느낌을 준다. LP판, 삐삐(무선 호출기), 공중전화 등은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기다림의 미학, 여백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PC통신에 접속해 채팅하고 쪽지를 주고받고, 극장 앞에서 한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던 그때가 오히려 순수한 낭만이 가득했던 시기로 느껴진다. 익명성에 기대 다른 사람을 끌어내리기에 바쁜 요즘 인터넷 시대와 비교하면 사뭇 신선하기까지 한 풍경이다.
특히 라디오 PD인 동현(한석규)와 홈쇼핑 가이드인 수현(전도연)을 이어주는 것은 바로 음악이다. 옛사랑을 잊지 못하는 동현과 친구의 애인을 짝사랑하는 수현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장윤현 감독은 PC통신을 매개로 당시 신세대들의 사랑과 방황을 섬세하고 세련되게 담아냈다. 두 사람은 각각 '여인2'와 '해피엔드'라는 ID로 사이버 공간에서 서로 아픔을 나누고 위로한다. 심적 거리가 한층 가까워진 두 사람이 지하철과 길거리에서 수차례 마주쳤지만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은 익명성의 아이러니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디지털 변화가 태동했지만 여전히 아날로그가 남아있던 시절,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조심스러운 두 사람의 사랑이 오히려 애틋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엇갈리던 두 사람이 마침내 마주친 클라이맥스에 흘러나오던 세라 본의 ‘A Lover’s Concerto‘는 이 영화를 통해 국내에 알려졌고 OST만 100만 장 이상 팔리며 한국 영화 OST 1위를 기록했다. 이 작품으로 영화에 데뷔한 전도연과 역할에 녹아든 한석규의 멜로 케미는 영화적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총 28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35회 대종상 최우수작품상, 3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인기상, 18회 청룡영화상 최다관객상 등을 수상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이은주)
Schedule
Director
장윤현
Filmography
2012 <가비>
2007 <황진이>
1999 <텔 미 썸딩>
1997 <접속>
CRED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