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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수의 큐레이션2

위로해주는 물건, 물건이 주는 위로

기온이 조금 떨어진 날이자 11월의 시작인 01일, 제7회 충무로영화제 단편 감독주간 ‘6인의 큐레이션’ 마지막 날의 막이 올랐다. 두 편의 GV 포함 큐레이션 중 <장철수의 큐레이션 2>에서는 등장인물에 위로를 주는 물건이 하나씩 등장하는 5편의 단편영화가 상영되었다. 이번 섹션의 부제는 ‘위로해주는 물건, 물건이 주는 위로’로, 암흑의 영화관 속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5편으로 구성이 되었다. 그의 말대로 5편의 영화들은 극장 안의 관객들을 울리고, 때로는 위로하며, 추운 가을날 마음속 한쪽에 따뜻함을 선사하였다.

졍서, 졍서 Girl at a window

손현록

여기 한 소녀가 있다. 소녀는 자신의 미래를 책임져줄 것만 같았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오로지 무용의 길에만 전념했다. 

그러나 얻게 된 건 숱한 방황과 모멸감, 내지는 자책감. 

그러던 중 공부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되고, 때로는 후원받으며 일상에서 도피한다. 

방송 중 마스크를 벗으니 시청자의 환호는 더욱 커지며 그녀의 흑백 세상에 색이 드리운다. 

이렇게 소녀는 도피 아닌 도피를 하며 하루하루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 

그 누가 소녀에게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우리 주위의 어딘가 있을 법한 현실적인 방황과 위로를 담은 영화였다.

아무도 없는 집 Greenhouse

홍연이

버려진 비닐하우스에서 살게 된 희순은 집 옆에서 집단 폭행 사건을 목격한다. 

가해자 무리는 집을 빌미로 희순을 협박하고, 피해자 가민은 희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끝나지 않는 협박에 희순은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러던 중 협박하는 장면을 가민이 목격하고, 피해자와 목격자가 뒤바뀐다. 

결국 그 누구도 수사받지 못하게 되고, 희순은 돌아와 따뜻한 물이 가득 찬 고무대야 욕조에서 가만히 위로받는다. 

피해자와 목격자가 전복되며 일어나는 동시에 두 등장인물 그 누구도 질책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영화.

What We Leave Behind

강남진

서로 다른 환경에서 만난 두 사람이 하나의 가족이 되어 가정을 꾸리는 순간부터 애지중지 키워온 자식이 독립하며 집이 텅 비는 순간까지. 

영상 내내 등장인물의 목소리와 빠르게 지나가는 사물 및 공간의 변화로만 진행이 되는 것이 독특한 영화였다. 

예기치 않은 순간에 핸드폰에 걸려 오는 자식의 전화 한 통은 부모님께 그 무엇보다도 값지다. 

한 가정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자신의 가정을 돌아볼 수 있는 영화였다. 

오늘은 부모님께 전화를 한 통 드려보는 것은 어떨까?

영미 사진관 Sea,Photo Studio

김동찬

영미는 남편을 잃은 후 애정을 담아 차린 ‘영미 사진관’을 부동산에 내놓게 된다. 

사진관을 정리할 겸 울산을 방문하게 된 영미는 한 해녀 할머니의 요청으로 영정 사진을 찍어드리게 되는데, 사진관에서 할머니의 표정은 어딘가 많이 어색하다. 

사진을 찍어드린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영미는 울산 해녀복을 입고 울산 바다에 추억에 잠긴 듯 앉아 계시는 할머니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다 할머니가 바다를 진정으로 사랑했음을 깨달으며 신발이 젖는 줄도 모른 채 할머니와 바다를 자신의 카메라에 담는다. 

영화 속에서 해녀 할머니는 사진을 총 두 번 찍게 되지만, 진정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은 바다와 함께한 사진이었다. 

할머니가 바다를 사랑했다면, 영미는 피사체가 빛이 나는 순간을 포착한 자신의 사진을 사랑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존재와 마주한 사람은 늘 빛이 난다.

잠이 오기 전에 Before the sleep

김재홍

예별은 남편 용준을 위해 마지막 선물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녀가 그를 위해 준비한 선물은 다름 아닌 관. ‘관’이라는 물건을 생각하면 보통 차갑고 어두운 이미지가 연상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영화 속 예별이 만든 관은 어딘가 모르게 관 속 인물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듯 위로를 건네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한 안식을 취할 곳을 만들며 안에 누워보는 그 마음을 누가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 

죽음 앞에 담담한 ‘척’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마음을 울렸다. 

5분 내의 초단편 영화지만, 그 속에서 주는 울림은 여느 영화와 다를 바 없었다.

장철수 감독: 옆에 계신 <졍서, 졍서>의 손현록 감독님, 영화를 최초로 시작하게 된 동기라든가 느낌이 궁금합니다.

손현록 감독:저도 이제 그냥 관심이 가는 게 뭘까 그 당시에 고민하다가 그 당시에 한창 유튜브 같은 곳에서 bj들이 방송하는 영상들이 많이 올라오는 그런 시기였어요. 그래서 그들의 삶이 아주 궁금하다는 생각으로 정말 진심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궁금해서 이렇게 방송들을 찾아보다가 실제로 독서실에서 방송하는 자퇴생 채널을 발견해서 그분과 인터뷰하고 좀 그런 것 같은 처음에는 그렇게 실제 이야기가 시작점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분께 허락받고 이제 각색해서 영화로 만들게 됐습니다.

장철수 감독: 그러면 <아무도 없는 집> 홍연이 감독님 어떻게 영화를 시작하게 됐는지 최초의 포인트를 좀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홍연이 감독: 우선 처음에는 비닐하우스에 사는 어떤 사람이 느끼는 모멸감에 관해서 쓰고 싶어서 기획했는데 그거를 쓰다 보니까 가해자 피해자 목격자 구도가 다시 한번 전복되고 그 상황에 목격자였던 사람이 피해자가 되고 나중에는 피해자였던 사람이 다시 목격자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다시 바뀌어서 쓰게 된 거죠.

장철수 감독: 잘 들었습니다. 그 다음 김동찬 감독님, 어떻게 영화를 어떻게 기획하게 되고 하게 되셨나요?

김동찬 감독: 처음 시작은 친구가 사진을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관에서 출력된 사진을 보내줬는데 요새는 핸드폰으로 다들 놀러 다니면서 사진을 많이 찍는데 그렇게 출력된 사진을 기념으로 남기는 모습이 되게 좋아 보이더라고요. 소재를 그런 식으로 시작하게 됐고 내용이나 이런 면은 제가 20대 중반에 영화를 조금은 우연히 갑작스럽게 시작하게 됐는데 영화를 시작하고 나서 되게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아서 행복한 느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 불안하고 뭔가 쫓기는 듯한 그런 기분 때문에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좀 그런 고민이 좀 담겨 있지 않나 불안과 외로움을 어떻게 마주하고 할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하던 시기이고 그런 내용이 담기게 된 것 같습니다.

장철수 감독: 특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김재영 감독님 필름으로 이거 찍은 거 여러분들도 아마 아실 텐데 아시는 분도 있고 모르시는 분도 있을 텐데 정말 할 얘기가 많으시겠어요. 되게 부러운 작업을 하셨는데요.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스토리나 형식에 대해서 말씀을 부탁드릴게요.

김재홍 감독: 저는 잠이 오기 전에 작품을 준비하면서 이 작품에 각본으로 참여하신 작가님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삶과 죽음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데에서 시작했고 아시다시피 저희가 이제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팬들이 많이 스크린에서 없어지게 되는 그런 소멸의 과정이 마치 이제 우리가 사는 인생도 죽음으로 가는 소멸로 가는 것과 동일하게 느껴져서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1일 진행된 <장철수의 큐레이션2>의 GV는 관객들의 애정 어린 시선과 장철수 감독의 유쾌한 진행으로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의 강남진 감독은 일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불참했지만, 장철수 감독은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물건에 주목하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을 선정하게 되었다는 말을 전했다.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가령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어머니가 차려준 밥 한 끼, 집 앞에 도착한 택배 같은 소소한 것들이 우리에게 위로 내지는 행복을 선물한다.

 이날 상영된 5편의 영화들을 통해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글 

충무로미 김규림

사진

충무로미 이소연 임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