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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롱 드 씨네마: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 

‘연애 빠진 로맨스’

게스트 정가영 감독X모더레이터 김초희 감독

10월 29일 오후 3시 30분,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DAY3 프로그램 ‘쌀롱 드 씨네마: 감독이 감독에 묻다’ 정가영 감독의 <연애 빠진 로맨스>가 진행되었다. 모더레이터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초희 감독이 함께했다. 현실 남녀의 연애관을 솔직 발랄하게 드러낸 작품의 매력처럼 두 감독 간의 흥미진진한 대화가 이어졌다.

 

김초희 감독: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정가영 감독: 제 첫 장편 영화 <비치온더비치>가 개봉할 때쯤에 지금 제작자 대표님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영화 재밌게 잘 봤는데 혹시 상업 영화에도 뜻이 있으면 같이 준비해 보지 않겠냐고요. 저도 상업 영화를 해보고 싶었고 돈도 벌고 싶었죠. 사실 시나리오 기획, 개발이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나름대로 쓴다고 썼지만 계속 수정과 피드백을 거치며 참 쉬운 길이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세 번째 독립 장편 영화 <하트>까지 하면서 진이 빠질 때쯤 다른 작가님도 붙으셨어요. 썼던 시나리오를 다시 수정해나가고 CJ와 손을 잡아 공동 제작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어쩌면 내가 정말로 최선을 다하면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벅찬 느낌이었어요. 

김초희 감독: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게 처음부터 끝까지 두 주인공이 이끌어가는 극이라더라고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충실하기 위한 거였는지 아니면 감독님의 특별한 생각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정가영 감독: 준비하면서 여러 피드백을 받았는데 결국 하나로 모인 게 두 주인공을 응원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였어요. 돌이켜 생각해 보니 기존 로맨틱 코미디가 어려움과 갈등을 맞이하는 게 전형적이라 생각해서 제가 거기에 반항하려 했더라고요. 애초에 사랑이라는 속성이 측은하게 여기는 것도 있는 건데 그걸 간과하고 놓쳤던 거죠.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고 싶게 하기 위해 집중해서 쓰려고 했던 거 같아요.

김초희 감독: 손석구 배우와 전종서 배우의 캐스팅 비화가 궁금합니다.

정가영 감독: 두 배우님이 시나리오를 읽고 바로 합류해 주셨어요. 사실 이 영화 제목이 ‘서른’, ‘우리 자영’이었다가 지금의 제목이 되었어요. 배우들이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는 캐릭터인데 두 배우님이 기본적으로 성격도 화끈하시고 도전적이셔서 감사했죠. 처음에 잡았던 캐릭터도 조금씩 다른데 두 배우가 투입되며 캐릭터가 많이 변모해갔어요. 제가 그렸던 자영이는 지금 영화보다 자존감도 더 낮고 자기 자신을 정말 싫어하는 노답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그렇게 가면 너무 관객들이 낯설 거 같다고 종서 배우가 의견을 줬어요. 잠깐은 혼란스러울지라도 언젠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요. 손석구 배우는 워낙 다 맞춰주려는 편이었어요. 자영이보다는 개성이 약할 수 있는 캐릭터였는데 배우님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잘 묘사해 준 거 같아요.

김초희 감독: [관객 질문] 창작할 수 있는 요즘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정가영 감독: 우선 통장 잔고죠. (웃음) 그리고 <연애 빠진 로맨스> 전까지는 승부욕이 많고 인정받고 싶어서 달려온 거 같은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내 머릿속 이야기가 내가 잘 만들기만 하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에게도 들려줄 수 있는 멋있는 일이라는 걸 느끼게 됐거든요. 인정받고 싶어서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정말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저의 창작 욕구를 부추기는 원동력 같습니다.

감독 간의 대화가 끝난 뒤 관객과의 활발한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솔직 당당한 정가영 감독님만큼 관객들도 허심탄회하게 궁금했던 부분을 질문했다. 때로는 즐거운 영화 뒷이야기로 때로는 진지한 영화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며 오직 ‘감감묻’ 프로그램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사의 매력이 제대로 발산된 시간이었다. 

글

충무로미 임수민

사진

충무로미 김영운, 김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