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쌀롱 드 씨네마: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 

‘인질’

게스트 필감성 감독X모더레이터 이권 감독

29일 오후 12시 30분,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DAY3 프로그램 ‘쌀롱 드 씨네마: 감독이 감독에 묻다’ ‘인질’이 진행되었다. 게스트 필감성 감독과 모더레이터 이권 감독 그리고 <인질>의 사운드를 담당한 김태성 음악 감독도 함께 자리에 참석해 영화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갔다.

 

이권 감독: 처음 영화 예고편 속 황정민 대사를 보고 웃기게 나가는 건가 했는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필감성 감독: 어떤 중국 배우가 납치되었다가 하루 만에 구출된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봤는데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하루 만에 구할 수 있었는지에 포커스가 맞춰졌지만 저는 만약에 내가 배우라면 그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싶었죠. 예를 들어 내가 배우라면 액션을 사용해서 탈출하거나 연기를 사용해서 그들을 속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했던 거죠. 코미디 같다고 하는 부분은 의도한 면도 있었습니다. ‘아저씨 이거 진짜야’와 같은 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이권 감독: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중심축은 악역들이었습니다. 이들의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필감성 감독: 인물 구성은 지존파, 창원 골프장 납치 사건 등의 실화 사건을 토대로 자료조사하고 경찰 인터뷰를 하면서 만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캐스팅은 실력은 있지만 잘 안 알려진 배우를 발굴해 보자는 취지가 강했어요. 그래서 초반에 황정민 선배가 다른 배역을 궁금해하셨을 때 다 신인으로 갈 거라고 말씀을 드렸죠. 황 선배님이 굉장히 흔쾌히 좋아하셨고, 제작사인 외유내강에서도 의욕적으로 서포트해 줘서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권 감독: 영화에서 음악은 후반 프로세스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음악감독님은 어떻게 함께 작업했나요?

김태성 음악감독: 필감성 감독이 작품을 준비할 때 다큐멘터리를 굉장히 많이 추천해 줬습니다. 영화 도입 부분 소리가 휘파람으로 시작하는데요. 그게 일종의 캐릭터를 잡아서 액션 스릴러로서 영화의 색깔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필감성 감독님은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관이 뚜렷한 사람이에요. 아마 앞으로 필모그래피가 쌓이면서 그 면모가 더 잘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권 감독: 악역인 캐릭터가 초반에 쉽게 잡힐 뻔하다 도주하면서 추격신이 이어지는데 그 부분이 굉장히 길어요. 굉장히 디테일한 추격신이 나왔는데 감독님에게는 어떤 의미였나요? 

필감성 감독: 시나리오에는 ‘도주하는 최기완을 추격하는 경찰들’ 등 세줄 밖에 안 나와 있었어요. 그래서 스태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었어요. 너무 촬영에 힘주시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거든요. (웃음) 제 욕심일 수도 있었지만, 이전 장면까지 황정민이 계속 갇혀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관객들이 심적으로 지치고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었기에 빵 터트리는 게 중요했습니다. 상업 영화이기에 시너지 효과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했죠. 그래서 추격신의 중요성을 설득했습니다. 실제로 그 장면을 이틀 만에 찍었는데 최영환 촬영 감독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굉장히 신나는 촬영이었어요.

이권 감독: [관객질문] 납치 과정을 어떤 의도로 연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필감성 감독: 그 부분은 취재에 의한 것이기도 해요. 실제로 제가 아는 배우님이 집 앞에 잘 가는 슈퍼가 있는데 거기에 차 열쇠를 종종 맡기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걸 영화에 언젠가 써먹을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일상에서 느닷없이 들어오는 공포를 생각했던 거 같아요. 영화적인 느낌이라기 보다는 일상적인 무방비로 노출되었을 때 갑자기 찾아와서 느낄 수 있는 재난 같은 공포를 생각했습니다.

진솔하고 유쾌한 대화에 객석의 분위기까지 훈훈해진 현장. 필감석 감독과 김태성 음악감독의 대화 속에서 영화를 향한 애정, 음악을 향한 열정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글

충무로미 임수민

사진

충무로미 김나영, 임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