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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DAY2-쌀롱 드 씨네마: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202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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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롱 드 씨네마: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게스트 박동훈 감독 X 모더레이터 윤성호 감독


햇살이 따사로웠던 28일 가을 하늘 아래, 2022 충무로영화제-감독주간 ‘쌀롱 드 씨네마: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의 막이 올랐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박동훈 감독과 조윤서 배우가 게스트로 참여하여 영화와 감독과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은둔한 천재 수학자와 10대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라는 이정표를 제시하며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준다. 모더레이터 윤성호 감독의 진행으로 펼쳐진 쌀롱 드 씨네마: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는 배우 캐스팅 비화, 감독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 등 다양하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윤성호 감독: 첫 장면부터, 이건 ‘수학이라는 영역에 대한 여행일 것이다’ 라는 뜻을 내포한 인트로가 나옵니다. 최민식 배우의 얼굴이 바로 나오지는 않지만 미루어 짐작되는 중년이 앉아있고, 열심히 펜으로 수식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카메라는 사람이나 공간으로 흐르는 게 아니라 수식이 써 있는 종이를 훑죠. 사실 장편영화의 첫 장면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렇게 잡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동훈 감독: 저 나름의 메인 타이틀이니까 뭔가 작게 나마 스펙타클을 좀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만의 소박한 스펙타클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최민식씨의 얼굴, ‘학성’의 얼굴을 시작점부터 보여주는 것보다 비밀스럽게 지연시켜서 그 이후에 지우와의 첫만남을 통해서 얼굴을 드러내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일종의 관객들을 위한 ‘이런 수학 공식들, 수학 수식들이 꽤나 많이 펼쳐질 겁니다, 준비하세요.’ 라는 선행 학습이기도 하죠. 

윤성호 감독: 영화가 조금 신비로운 느낌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학교를 호그와트에 비유하기도 하고 주인공 ‘한지우’는 남들보다 능력이 압도적이지 못한 자신을 머글에 비유하기도 하는데요, 과학관이나 B103 등 표현적인 공간들이 리얼하게 등장하도록 디렉팅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동훈 감독:  B103은 당연히 가장 매력적인 공간이어야 했고, 그래서 어떻게 설계를 할까 컨셉을 잡을 때 교실과는 대비가 있어야 한다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거기에 기반하여 제 기억을 더듬어 보면 미술 컨셉을 콘트라스트가 굉장히 세고, 앰버 계열의 조명을 많이 쓰도록 설계를 했어요. 렘브란트 그림들도 다 그렇죠. 이와 반대로 교실은 채도가 굉장히 낮고, 콘트라스트(대조)는 약해서 입체성이 좀 결여되어 있는 질서가 강요됐다고 할까요?

윤성호 감독:  교복도 사실은 거의 화이트 톤으로 통일을 하셨는데, 일부로 이렇게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박동훈 감독: B103, 학성의 집, 지우의 집을 제외한 학교의 공간들은 다 화이트, 무채색의 평평한 느낌으로 가려고 설계를 했고, B103으로 다시 돌아온다면 관객들에게 무언가 말을 거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추상적으로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매력이 있어야 하고, 관객들도 학성과 지우, 보람과 함께 그 안에서 되게 혼신을 다해 유쾌하게 즐기는 공간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던 공간입니다. 조명 설계 같은 것들은 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보면 주인공 남자아이가 ET를 자기 방에 숨겨서 초능력을 교감하고, 작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그런 비밀스러우면서도 온화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관객: 한지우 역의 김동희 배우를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 알게 됐어요. 연기가 되게 인상적이었는데 감독님께서 김동희 배우를 어떻게 선택하게 되셨는지, 그 배우의 매력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또 보람 역을 하셨던 조윤서 배우님께 여쭤보고 싶은데, 한 컷에서 한지우랑 이학성이랑 보람이랑 셋이 걸어가는 장면에 최민식 배우가 어떤 말을 했는데 그 장면에서 보람이가 웃을 때 저도 자연스럽게 빵 터져서 개인적으로 최민식 배우의 애드리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두가지가 궁금합니다.

조윤서 배우: 네, 제가 그 답을 알 것 같아서, 사실 걸어가는 장면은 대본에는 사실 ‘셋이 걸어가는 뒷모습’ 이라고 써 있었고, 오고 가는 대화들은 전혀 적혀 있지 않아서 그 컷이 쓰일 지는 몰랐습니다. (웃음) 그래서 저희끼리 걸어가면서 선배님이 애드리브를 하셨고, 진짜 자연스러운 웃음이 담겨서 관객분들도 즐거워하셨던 것 같습니다.

윤성호 감독: 앞선 질문도 한 번, 한지우 역할의 김동희 배우 캐스팅 모티브들을 물어보셨는데, 다른 배우들 얘기도 같이 해보시면 괜찮을 것 같아요.

박동훈 감독: 김동희 배우는 제가 여기 젊은 두 배우 역할을 맡는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많은 난항이 있었습니다. 동희 배우 같은 경우에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서 캐스팅이 됐어요. 원래 그런 일이 많이 없는데, 저희가 배우분들께 지정 대본을 드려요. 그런데 수정을 해 왔더라고요. 그러면서 어라?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연기도 꽤 괜찮게 잘했고, 왜 수정했는지 이유를 물어보니까 실제로는 긴장을 엄청 했겠지만 전혀 긴장하지 않은 것처럼 또박또박 이유를 얘기하더라고요. 저런 면모가 지우한테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고, 김동희라는 배우의 견고함이 되게 좋았어요. 또 만들어지지 않은 자기만의 견고함이 느껴져서 캐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위에서 그런 얘기들을 많이 했었죠, ‘너무 위험하지 않냐.’ 저는 당연히 그 위험성을 얘기하는 분들의 의견도 이해하지만, 최민식 배우님이 워낙 부피감이 크신 배우기 때문에 저는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일면식도 없는 배우가 대배우 앞에서 연기를 하는 모습에서 만져질 법한, 어떤 긴장감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만들어질 수 있겠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 라고 판단을 했고 결과는 너무 만족스럽죠.

윤성호 감독: 다른 배우분들에 관해서도 언급하실 것이 있을까요?

박동훈 감독: 옆에 계신 윤서 배우님에 관해서도 말해보자면 분량이 그래도 학성과 지우보다 훨씬 적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들이 단시간에 설명이 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야 했어요. 밝고, 당당하기도 해야하고, 두 주연에 비해 시간 할애를 많이 할 수 없어서 정말 찾기 힘들었어요. 그러다 정말 마지막으로, 조감독님 하드 안에 조감독이 참여했던 전작의 엑셀 파일이 발견이 됐어요. 그러다 ‘어, 이 친구 누구냐’ 하고 윤서 배우님이 스크린 테스트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 후에 미팅을 하게 되고, 첫 미팅을 들어오는 순간 ‘어, 보람이다.’ 라고 느꼈어요, 정말. 저에게는 선물 같은 배우였습니다. 최민식 배우님은 뭐, 말이 필요 있겠습니까 만은 현장에서 모니터를 통해 연기를 볼 때 울컥울컥 한 적이 꽤 있어요. 연기라는 것이 다 진짜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진실에 가까운 연기를 하는 것이 전달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속으로 감탄사를 여러 번 뱉었던 것 같습니다.


윤성호 감독: 또 QED 라는 라틴어로 ‘이것으로 나는 증명을 끝냈다.’ 라는 단어가 있어요. 수학자들이 어떤 수식을 쓰고, 자기가 논리적으로 논증을 해낸 다음에 QED를 찍더라고요. 영화 속에서 최민식씨가 하는 장면도 있는데, 감독님께서도 이 영화를 통해서 전체적으로 증명하고 싶으셨던 것이 있나요?

박동훈 감독: 시나리오를 제가 처음 받고, 제 첫 인상은 ‘굉장히 반듯한 영화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약간 <토이스토리 3>에 앤디가 예후를 다해서 우디와 버즈를 보내줍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제가 영화에서 떠올랐던 장면은 아니지만 목표에 오르지 못해서 굉장히 시무룩한 아이가 있고, 그 아이를 부모나 어른이 다그치는 게 아니라 격식을 다해 끝까지 완성을 하는 어른의 모습 같은 것이 떠올라서 이것이 잘 표현이 됐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음악회를 다녀와서 식사 자리가 있었잖아요? 여기서 눈물을 찔끔 나오게 하겠다 하는 야심이 있었습니다. (웃음) 그래서 대표적인 야심으로는 반듯함과 예쁨으로 설득하겠다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윤성호 감독: 조윤서 배우님도, 관객으로서 가장 울컥하거나 끄덕여지는 장면을 꼽으신다면요?
조윤서 배우: 저는 대본을 볼 때도 그랬고, 영화보면서도 가장 위로를 받았던 장면은 ‘학성’의 대사 중에 구름다리로 가는 중에 “수학을 잘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라는 대목에서 용기가 다른 게 아니라 너가 수학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그것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게 아니라 안 풀리면 접어두고 ‘다음에 다시 풀어야지.’라고 하는 그 마음이 용기라는 말이 너무 위로가 많이 됐어요. 제가 이 영화를 찍기 전까지 공백기가 되게 길었어요. 그래서 답을 못 찾고 있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느낌이고, 아무것도 아닌 느낌이었는데 딱 그 시나리오의 대사를 보는 순간, ‘아 내가 계속 연기를 하고 있고, 작품을 하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것이 계속 내가 용기를 가지고 하고 있는 거구나, 제대로 가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저를 좀 토닥토닥해주는 것 같고 ’너 잘하고 있어.’라고 얘기해주는 것 같았어요.

박동훈 감독: 사실 영화 속에서 그런 태도들이 많이 보이죠. 답을 맞추는 거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말은 우리가 살면서 근본으로 자주 만나는 문장이긴 한데, 그것을 수학을 풀 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냐, 계산력인가? 타고나야 하는가? 아니, 용기다. 그 용기는 뭐냐면 오늘 그냥 멈추고 쉴 수 있는 용기를 말한 거잖아요? 저에게도 좀 이 말이 많이 힘이 되었습니다. 

관객: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의 고민을 얘기해주신 것 같은데, 감독님과 배우님 각자 감독과 배우로서의 삶이 어떠신 지 궁금합니다. 가끔 기자님들이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신랄한 평가를 많이 하시는데 그럴 때는 어떠신 지, 그런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자리를 유지하시는 이유가 있으신 지 궁금합니다.

박동훈 감독: 일단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면 저는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지성이 살아있군’ 하면서. 정확한 단점을 지적하신 경우에는 가끔 짜릿하기도 합니다. (웃음) 그래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유쾌한 시기는 굉장히 짧았던 것 같아요. 영화라는 것은 선택하고 나서 기분 좋고, 상쾌하고 그런 시기는 그렇게 길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의 연산이 관객들에게 딱 맞아 떨어졌을 때, 제 연산을 이해했을 때 그 쾌감이 굉장하거든요. 그 느낌으로 계속 이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조윤서 배우: 영화 이외의 삶에 관해 질문해주신 것에 대답을 해보자면, 사실 제가 3-4년 정도 몸이 안 좋아서 공백기를 갖고, ‘아, 연기가 나랑 안 맞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아까 감독님이 저에게 선물이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저에게는 이 작품이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마지막 촬영 날 말씀드렸거든요. 이 작품으로 인해서 물꼬를 터서 제가 지금 그 이후에 작품을 꾸준히 해오고 있어요. 아까 말씀한 것처럼 QED 가 있잖아요, 영화가 끝날 때 엔딩크레딧이 쭉 올라가면서 제 이름이 올라가요. 사실 QED가 증명 완료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데, 이걸 직역을 하면 ‘이렇게 보여야 했을 것’ 이예요. 내가 증명을 해냈다가 아니라, 이건 이렇게 계속 존재를 하고 있었고, 이게 원래 이렇게 보여야 했다는 게 QED거든요. 그런데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제 이름이 올라가는 순간, 나는 계속 존재하고 있던 배우였는데, 사람들이 이 작품으로 인해서 나라는 배우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해준 작품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요즘에는 되게 나름 만족스럽게 연기하고 있고, 다음 달에도 영화가 개봉해요. 막간으로...(웃음) 11월 23일에 <올빼미> 라는 영화가 개봉하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용기를 계속 가지게 해준 작품이어서 너무 감사하고, 저에게는 정말 선물 같은 작품입니다.

윤성호 감독: 사실 천재가 등장하면 감독이 조금 힘들어요. 우리가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음악의 천재다, 이러면 음악감독이 힘들어지는 것이고, 말의 천재다, 이러면 시나리오 작가가 힘들어지는 건데 수학의 천재다 하면 감독이 힘들어져요. 이것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나. 여기서는 칠판 안에 시점에서 우리가 반대로 이 사람을 보는 것처럼 설정 되어있죠. 이것을 어떻게 설정하셨는지 그 과정이 좀 궁금합니다.

박동훈 감독: 저는 사전작업을 할 때부터 ‘칠판 뒷공간 샷’ 이라고 불렀어요. 이 영화는 이 컷으로 시작해서 맨 마지막 컷도 칠판 뒷공간 컷으로 종료할 겁니다, 라고 선언을 했죠. 카메라가 원래는 위치할 수 없는 곳이잖아요. 거기에서 나오는 긍정적인 이질감이 충격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판단을 했어요. 뿐만 아니라 이 샷은 관객만이 가질 수 있는 VIP석에서 ‘이 두 사람을 나만이 바라보고 있다.’ 라는 느낌도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도 했습니다. 저는 굉장히 좋은 샷이라고 자부를 하고 있고, 저와 제작진이 계산했던 모든 샷들이 자막이 올라가기 전 맨 마지막 샷에서 이 샷을 이용함으로 인해서 총정리가 되는 듯한, 물리적인 갈무리를 느낄 수 있다고 판단이 되어서 형식미를 전달하려고 그렇게 설정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끝으로 모더레이터 윤성호 감독은 미처 나누지 못한 얘기들이 아쉬워 다음을 기약하며 진행을 마무리했다. 
수학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풀어낸 천재 은둔자와 십 대 소년의 브로맨스.
그들은 수학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에 대한 해답 또한 증명하였다.  
학문이 출세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라는 존재 가치를 잊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충무로미 김규림

사진
충무로미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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