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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DAY7-쌀롱 드 씨네마: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 '어른들은 몰라요'

2021.10.29


DAY 7

쌀롱 드 씨네마: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 '어른들은 몰라요'

게스트 이환 감독 X 모더레이터 신수원 감독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 7번째 시간,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의 이환 감독과 이유미 배우가 게스트로 참여하여 영화에 대한 진솔하고도 깊은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어른들은 잘 모르는 청소년들만의 생존 이야기를 담은 <어른들은 몰라요>는

영화 <박화영>의 세계관에서 더 확장된 작품으로, 리얼한 십대 문화를 반영하여 울림을 준다.

모더레이터 신수원 감독의 진행으로 펼쳐진 <감감묻: 어른들은 몰라요>에서는

배우 캐스팅 비화, 영화 속 상징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신수원 감독: 우선 감독님께 묻고 싶은 것이, <똥파리>에서 배우로 감독님을 처음 뵀었는데요.

그러다 영화 <박화영>을 제작하셨더라고요. 배우를 하다가 연출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환 감독: 이 질문을 많이 받았었는데, 영화를 꼭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진 않았어요.

배우로 활동하면서 영화라는 문화를 좋아했죠. 그러다가 서른 살 즈음에 처절한 연애를 하게 되었어요. 한 달 만에 체중도 8킬로 정도 빠졌고요.

쉽게 마음이 떨쳐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술기운에 이 감정을 털어버릴 수 있는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

벌어 뒀던 개인 돈 80만 원으로 3회 차를 찍었어요.

그게 ‘대단한 단편 영화제’와 ‘베를린 아시안 영화제’에 소개가 되면서

첫 번째 저의 연출작이 완성되었고 그 후로 하나하나 확장이 되어온 것 같아요. 그게 2011년이었네요. 


신수원 감독: 이유미 배우님께 질문드릴게요. 감독님과 두 작품을 하셨는데, <박화영>에서도 세진이란 이름으로 나왔고,

이번 작품의 주연으로 연기하셨는데, 어떤 기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유미 배우: <박화영>에서 세진이란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되게 좋아했어요.

잠깐 나오는 캐릭터여서 항상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찰나에 <어른들은 몰라요> 시나리오를 보게 되었어요.

세진이란 캐릭터가 늘 궁금했는데 알게 되는 작품이 될 것 같아서 좋았어요.

이런 캐릭터가 영화에 없었던 것 같았고, 전작에 이어 그 캐릭터를 다른 영화에서 또 할 수 있다는 게 특별하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박화영>의 세진이보다 더 광범위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어서 더 행복했어요.


 


신수원 감독: [공통 질문] 영화 속에서 세진이가 항상 천진난만하게 웃잖아요.

세진이 너무 천진난만 부분이 있는데 끝으로 가면 전혀 웃지 않아요.

이 캐릭터를 구상하실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유미 배우도 본인의 역할로 흡수시킬 때 어떤 작업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이환 감독: <어른들은 몰라요>를 굳이 나누자면 3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어요.

학교에서의 세진, 주영이와 새 친구들을 만난 세진, 부부를 만난 세진으로요.

챕터 1, 2에서는 세진이가 어떤 안 좋은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또 친구들(주영, 재필, 신지)과 교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세진이가 이들과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표현한 것 같아요.

그런 긍정적인 면을 웃음이란 리액션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세진의 여정에서 다양한 군상의 어른들을 보게 되었고,

자기 주변의 인물들도 어떠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세진은 희망을 잃어버리죠.

어른들이 아무리 친절하지만 자기의 이용 가치 때문에 잘해준다는 것을 깨닫죠.

이 때문에 챕터 3부터는 웃음기가 없어지도록 의도를 했습니다

이유미 배우: 세진이를 연기할 때, 주변 인물들이 바라는 대로 세진이가 습득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나를 봐주고 그 모습이 내가 된 것이죠.

그러다가 이미 습득한 너무 많은 사람의 성향을 나중에서야 비워내는 시간을 가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중에서 어떤 게 나인지. 남들 것을 습득하다 보니 뭐가 진짜 ‘나’인지 몰랐던 세진이었다고 생각했어요.

동생 세정이한테 전화하면서부터가 누가 나인지 알게 된 것 같네요.

마지막 보드 장면을 찍을 때에도 조금 덜 아픈 삶을 살아가는 세진이 되리라고 생각했어요.


신수원 감독: 보드 얘기가 나왔는데 친구들과 떨어져서 홀로 보드를 타는 모습은

세진의 판타지스럽고 자유로움을 보여준 것 같아요.

보드 장면을 보면 인서트들이 나오더라고요. 보드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환 감독: 보드는 세진의 또 다른 감정선이라 생각했어요. 스태프들과 우스갯소리로 숨은 주인공이 보드라고 얘기를 했었는데요.

세진을 통해서 보다는, 보드를 통해 감정선을 보여주기로 선택했어요.

이 방법이 저는 옳다고 생각했는데 관객분들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반응이 궁금하네요.


 


신수원 감독: 연기를 처음 해보시는 안희연 배우님을 캐스팅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환 감독: 안희연 배우님은 대중들에게 EXID 하니로 알려져 있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요.

근데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각했던 몇몇 배우 중에 제일 먼저 만나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배우였어요.

안희연 배우님이 가진 착하고 예쁘고 용기를 줄 것 같은 이미지를, 반대로 배신감을 줄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섭외하려고 했는데, 그때 안희연 배우가 소속사가 없는 상황이었고 해외여행 중이었어요.

고민하다가 인스타그램에 DM을 보냈는데 다음 날 답이 와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고민해 보고 시나리오 보시더니 거절을 하셨었는데, 한국 와서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을 돌리시고 이 작업에 참여하게 되셨죠.

이유미 배우: 희연 언니랑 호흡을 맞추면서, 연기를 처음 했다는 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많은 고민을 갖고 계시고 모든 것에 다 도전하고, 어떤 연기를 하든 일단 용감하게 질러보는 그런 배우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어요.

서로 연기적인 얘기도 많이 하고, 개인적인 얘기도 하면서 이미 촬영하기 전부터 친해졌어요.

그리고 연기를 할 때에는, 이미 친해졌고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니까 믿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든 ‘할 수 있다’고 믿어졌어요.


신수원 감독: 영화에 또 하나의 문제적인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이환 감독님 본인이 연기하신 재필이란 캐릭터입니다.

박화영 같은 인물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환 감독: 재필은, 어떻게 해도 어른한테 상대되지 않는 캐릭터에요. 스물, 스물한 살 정도의 나이인데 마치 회색분자 같은 친구죠.

이제 어른의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위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어떤 어른이 좋은 건가' 고민하는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항상 그 벽에 부딪혀서 잘 안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죠.

이때 세진이와 주영이를 보고 지나칠 수 없게 되고 그게 재필의 삶의 큰 사건이 되었고요.

조력자로 역할 하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다 별 볼 일 없고 잘 안되는, 어른들의 폭력에 무너져 내리는 거죠.

그런 재필을 겪은 세진과 주영은 ‘어떤 자아를 만들어 갈 것인가’라는 숙제를 남겨놓는 인물로 생각했어요.


신수원 감독: 관객 질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부분에 주영이와 세진이 헤어지기 전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가야 해서 주인공들의 심경이 복잡했을 것 같다고 느껴지는데, 그 장면은 어떤 심정으로 연출을 하셨을까요.

이환 감독: 세진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땐 나랑 같이 있으면 모두가 불행해진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또 자신을 통해서 불행의 씨앗이 느껴지니 잘라내고 혼자 감당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내가 다 망쳐버렸어”라는 대사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습니다.

이유미 배우: 저는 이 장면이 세진이가 가장 솔직하게 사과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누구에게 도움 되지 않는다는 마음이 드니까 소중한 사람이지만 떠나보내야 했던 것이죠.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이별했다고 저는 그렇게 이해했습니다.


 


신수원 감독: 감독과 배우의 관계가 어떤 때는 시너지가 날 때도 있고, 소통이 잘되지 않을 때도 있죠.

혹시 그런 과정에서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으신가요.

이환 감독: 제가 프리 프로덕션 때 제일 많이 하는 게 배우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이거든요.

그 안에서 영화의 60%는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을 지나서 그런지 이미 무언의 합의가 다 되어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는 무리가 없었고, 좋은 분위기였습니다.

항상 배우분들이 제가 생각한 것 이상을 보여줬기 때문에 항상 고맙고 행복하게 작업한 기억밖에 없습니다.



끝으로 모더레이터 신수원 감독은 미국의 존 카세베츠 감독의 말을 인용하며 이들을 격려했다.


"내 생각에 배우와 감독은 그들이 살고 있는 시간을 운반하는 사람들이다."

-존 카세베츠-


그리고 세진의 시간을 우리가 볼 수 있게 해준 제작팀에 감사드린다며 오늘의 진행을 마무리했다.


조금은 어둡지만 아무도 알아줄 수 없는 그들만의 사정.

우리가 너무 쉽게 겉으로 드러난 모습으로 그들을 판단하고 심지어는 어리숙한 그들을 이용하려 들진 않았나 고민해 보게 된다.

절망스러운 어른들이 가득한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세진이 더 나은 어른이 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시간이었다.



충무로미 안예랑

사진

충무로미 신인희, 전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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