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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DAY6-쌀롱 드 씨네마: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 '클라이밍'

2021.10.28


DAY6

쌀롱 드 씨네마: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 '클라이밍'

게스트 김혜미 감독 X 모더레이터 부지영 감독



충무로영화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

'쌀롱 드 씨네마: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가 현장 진행과 동시에 온라인에서도 중계됐다.

모더레이터 부지영 감독과 영화 <클라이밍>의 김혜미 감독이 참석하여

영화에 관한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영화 <클라이밍>은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2관왕을 차지한 주목받는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올해 제45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도 공식 초청된 바 있다. 


 


부지영 감독: 애니메이션은 보통 전체관람가로 제작하는데,

<클라이밍>은 18세 관람가이고 게다가 장르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네요.

데뷔작으로는 과감한 시도인데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되셨는지 배경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혜미 감독: 사실은 데뷔작을 뭔가 해야겠다 생각했던 것은 아니에요.

지금 제가 제 상황에서 가장 진정성 있게 고민했던 것을 표현했어요.

제일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고 운이 좋게 개봉까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지영 감독: 여성의 임신과 출산이라는 신성시하는 소재를 오히려 새로운 시각으로

그에 대한 불안, 공포를 호러, 공포, 미스터리 등의 다양한 장르를 버무려서 만드신 것이군요.

저도 개인적으로 용기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임신을 했을 때 칼 보는 것을 두려워했거든요.

또 임신하지 않았을 때 했던 행동들을 하고 싶어지면 죄책감을 가졌던 것 같아요.

‘난 그런 생각 하면 안 돼, 넌 신성한 산모야’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김혜미 감독: 저도 모서리를 보면 불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생명체가 몸속에 있는 것이 처음 경험하는 일이고, 또 조심스러운 마음을 넘어서 앞서서 두려운 마음이 더 컸어요.

어떻게 보면 모두가 다 경험한, 저도 엄마의 임신이란 과정을 통해서 태어났고 모두가 그럴 텐데.

그만큼 일상적인 일일 수 있는데, 제가 직접 경험을 해보니 모르고 있던 부분이 너무 많았다는 것에 놀랐어요.

또 제 스스로 가졌던 편견과 선입견들이 많았다는 것에도 놀랐고요.

일반적인 임신에 대한 숭고한 모습과는 달라서 스스로 놀랐던 것 같아요.


부지영 감독: 여성이란 개인이 가진 불안이 분명히 있는데, 그것을 사회적으로 억압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김혜미 감독: 사회적으로 임신하면 해야 하는 것들이 ‘왜 나는 안 되지?’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죄책감으로 번져갔어요.

죄책감은 왜 드는 것이고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죠.

그렇다고 제가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할 순 없지 않나 생각했고, 이러한 불안감들을 후벼 파보고 싶었습니다.


부지영 감독: 영화 서사에 대한 질문을 드려보고 싶은데요, 영화 구조가 다층적이잖아요.

결론이 어느 세계의 결론인지 약간 알쏭달쏭 한 부분이 있는데 이것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혜미 감독: 이야기 구조에 대해서는 보기 불편하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아, 구조를 선택한 이유는 임신 불안감에 대해 가장 맞는 구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제가 임신을 실제로 했을 때, 임신 초기에 잠을 자면 전의 생활들이 꿈에 나왔어요. 술도 마시고, 일상적인 일들이요.

하고 싶은 것들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던 생활들이라고 해야겠죠.

하지만 임신을 했다고 해서 임신부 스위치가 딱 켜지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런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겪는 갈등을 또 다른 자아, 세계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부지영 감독: 객석 질문입니다. 영화가 몽환적이고 보는 견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두 가지 세현 중 어떤 세계가 진짜 세현인지를 찾는 것도요.

이런 명확하지 않은 스토리 전개나 결말이 관객에게는 열린 결말로 느껴져 재미도 주지만,

일부는 감독이 의도한 스토리를 알고 싶어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질문입니다.

2가지 세계가 나오는데, 감독님 인터뷰처럼 임신에 대한 내면적인 갈등을 위해 두 가지 세계를 교차 및 병행해서 구상하신 것인가요.

김혜미 감독: 산모가 진통을 하면서 겪게 되는 내적인 고민을 극적인 서사구조로 표현했을 수도 있고요.

사실은 제3의 세현이 출산을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클라이머 세현은 자아실현의 세현이고, 전원주택의 산모 세현이 있고,

결국은 임신한 제3의 세현이 등장하고 아이를 출산하면서 클라이밍 세현은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자아실현하는 정체성과 산모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 후엔, 결국 아이를 받아들이는 것을 선택한 셈이죠.


 


부지영 감독: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클라이밍'이 영화에서 가지는 상징과 비유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클라이밍 스포츠 선수를 가져오셔서 주제를 드러내는데 사용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혜미 감독: 신체가 강한 여성을 생각했어요. 임신을 했을 때 굉장히 대비가 되는 직업으로서 요.

클라이밍이라는 운동을 들여다봤을 때, 다른 스포츠와 비교되는 독특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암벽을 정해진 시간 내에 혼자 등반해야 하고, 완등을 못해도 상을 받을 수 있다는 부분인데요.

오롯이 혼자 살아내야 하는 보편적인 삶의 의미와 상징적으로 잘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클라이밍에 있는 ‘추락’ 과 ‘로프’의 개념이 강하면서도 아슬아슬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부지영 감독: 로프를 말씀하시니, 오프닝과 클로징 이미지가 떠오르는데요.

오프닝에서는 태아가 탯줄에 연결되어 있고, 클로징에는 세현도 연결된 모습이 있었어요.

탯줄은 어떤 의미인지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혜미 감독: 로프는 생명줄이자 탯줄을 의미하는데요.

로프와 탯줄 모두 끊어졌을 때 죽음의 공포를 가져오게 되죠.

하지만 아이는 탯줄을 끊고 생명으로 태어나지만 세현은 로프를 끊고 죽고 엄마로 태어나는 의미를 담았어요.


부지영 감독: 주변의 캐릭터들이 더 공포를 악화시킨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주변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혜미 감독: 주변 인물들은 제 선입견이 반영되어 있기도 해요.

동료들도 내 임신에 대해 이렇게 반응하진 않을까 생각하면서 인물을 구상했던 것 같습니다.


 


부지영 감독: 전작과는 또 다른 느낌의 작품인데, 이번 작품에 대한 레퍼런스가 있다면요?

김혜미 감독: 공포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쓰다 보니까 공포물이 되었네요.

아무래도 산모가 느끼는 불안감을 표현하려다 보니 그런 장르로 흘러가게 된 것 같아요.

원래 공포영화를 좋아하기도 해요. 임신했을 때, 를 제일 많이 보기도 했어요.

<블랙스완>과 같은 자아가 분리되는 이야기를 좋게 봤고,

<컨택트>도 재밌게 봤어요. 모성애를 SF와 결합한 부분이 신선했습니다.

또, <바바둑>도 임신에 대해 돌파하는 이야기여서 좋았고, <유전>은 여러 번 자주 본 영화예요. 


부지영 감독: 애니메이션 영화의 제작 과정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다면요.

김혜미 감독: 애니메이터 분들께 구구절절하게 디렉팅을 써서 드렸고요.

일반 3D 애니메이션은 특유의 쫀득한 액션이 있어요. 그런 액션은 이 영화와 맞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애니메이션 특유의 액팅을 빼고 가도록 부탁드렸고, 그래서 다소 건조하고 정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기존의 픽사나 디즈니, 지브리와는 다른 느낌이 들 거예요.

스태프분들이 종종 바뀌기도 해서, 너무 잘하고 못하는 것이 티가 덜 날 수 있도록 표현한 것도 있어요.

클라이밍 선수라서 마르고, 잔근육의 느낌을 살리고 싶어 주 조명과 대비되게끔 색채를 선택했고,

또 감정 표현을 강조하려고 눈을 크게 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공포스럽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네요. 


부지영 감독: 전작을 보면 그림체들이 달라요.

그림체(아트웍)를 고르는 것이 마치 캐스팅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혜미 감독: 그렇죠. 제가 스타일이 있을 만큼 정통성이 있거나 그림 실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이야기가 떠오르면 그거에 맞는 아트웍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작이었던 <배다리뎐>도 판소리가 나오는 전통적인 이야기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한지와 동양화 느낌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작업했고,

<찰칵찰칵>은 사실 시간이 없어서 빨리 그릴 수 있는 것으로 수채화를 선택했습니다.

<클라이밍>도 그런 과정에서 이런 아트웍을 고르게 된 것 같습니다.


부지영 감독: 다양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셨던데, PD도 하셨고, 시나리오 작가도 하셨고, 연출도 하셨고. 편집도 하셨네요.

실사영화로 치면 로케이션을 고르고 모든 셋팅을 애니메이션 감독님들이 하고 어떻게 보면 미술까지 다 하신 거네요.

어떻게 모든 것을 다 하게 되셨는지.

김혜미 감독: 인력이 없기도 했고, 하루하루 눈뜨면 닥치는 일들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많이 힘이 되어주고 중심을 잡아준 분이 박혜미 감독이에요. 스토리보드 작업을 같이 해주면서 많이 도움을 받았고요.

처음 하는 얘기인데 너무 괴로웠던 시절이 있었어요. ‘내가 뭐라고 뭘 하겠다고 했을까’ 하면서

엄청 멘탈이 나가서 그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오히려 되게 쿨하게 이왕 된 거니까 열심히 해보라고 얘기해 줬어요.

오히려 그게 더 힘이 나더라고요.

연출 부분에서 얘기도 많이 해주고 스스로 정리하는 데 도움을 많이 줬어요.

그래서 많이 바뀌는 것 없이 진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부지영 감독: 평소에 작업의 영감을 어떤 과정에서 얻으시나요?

김혜미 감독: 생각을 쥐어 짜내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건 음악 듣고 산책하는 것이고요. 

음악을 들으면 전개가 신기한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에서도 도움을 받는 것 같아요.


부지영 감독: 주로 어떤 장르의 음악을 들으시는지.

김혜미 감독: 요즘은 힙합을 많이 들어요. 요즘은 워낙 콜라보를 많이 해서 신기한 부분이 많아요. 좋은 인사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부지영 감독: 또 한 아이의 엄마로서 양육과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투쟁이실 것 같은데, 어떻게 조율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혜미 감독: 저는 엄마라는 삶이 투쟁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엄마가 되고 변화되는 과정 또한 저라고 생각해요.

내가 그냥 살아가는 것이지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에 관한 것도 아이에게 편하게 얘기하는 편이에요. 전 작품들은 아이도 봤고요.

마침 학교에서 조선시대 정조에 관해 배운다기에,

선생님께 연락해서 ‘수업 자료로 좋은 게 있습니다, 선생님’ 하면서 학교에 제공한 적도 있어요.

엄마가 하는 일이 동떨어진 게 아니라는 인식을 아이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부지영 감독: 지금 작업하시는 건 어떤 내용이신가요? 혹은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지.

김혜미 감독: 단편 애니메이션 2개를 작업하고 있는데, 하나는 공동작업이고 하나는 개인으로 하고 있습니다.

마감이 얼마 안 남아서 궁지에 몰려있어요. 마감에 쫓기는 것이 일상인 삶이에요.

여성들의 생활, 엄마의 삶을 그린 작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부지영 감독: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시다면 나눠주세요.

김혜미 감독: 이런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이 참 감사합니다.

사실은 그냥 하고 싶은 걸 했을 뿐인데 이렇게 초청받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아마도 가족들이 건강하게 제 위치에 있어줘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제 자리에 잘 있어준다면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클라이밍>의 ‘감감묻’은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김혜미 감독의 작품에 대한 가치관을 들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27일, 장편감독주간의 스타트를 끊은 ‘감감묻’ 프로그램은

3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네이버TV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관람할 수 있다.



충무로미 안예랑

사진

충무로미 김다영, 이현지, 전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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