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

공포 분자(들) '큐레이션6: 임선애 감독' 

제6회 충무로영화제 단편감독주간 ‘8인의 큐레이션’이 시작된 23일, 임선애 감독이 직접 고른 단편 5작의 첫 상영과 GV가 진행되었다.

<큐레이션 6: 임선애>는 ‘공포 분자(들)’이라는 부제로 현대인들이 직면한 각기 다른 사회의 공포를 긴장감 넘치게,

때론 재치 있게 담아낸 단편 영화들로 이루어졌다.

GV는 모더레이터 임선애 감독의 사회로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의 전예진 감독을 제외한

<끝내주는 절벽>의 박선용 감독, <라이더>의 장서연 감독, <슈뢰딩거의 냥이들>의 서윤수 감독, <오배송>의 곽재혁 감독이 함께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GV는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으며 상영관 스크린과 네이버TV로 동시 송출되었다.

관객들은 오픈 채팅방을 이용해 감독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었다.

​임선애 감독: 제가 감독님들의 영화를 큐레이션한 섹션에 '공포 분자(들)'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윤수 감독: 사실 <슈뢰딩거의 냥이>가 왜 공포 분자 섹션에 들어갔는지 알쏭달쏭하면서도 감사드립니다.

임선애 감독: 집 문제와 전세 대란은 남의 일이 아니죠.

이처럼 우리가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 앞에서 시의성 있는 영화 속 현실의 공포를 느꼈기 때문에

이 섹션에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임선애 감독: [공통 질문] 이 작품을 어떻게 기획하고 찍게 되었는지.

곽재혁 감독: 전에 살던 집으로 택배를 잘못 시키는 모티브는 여자친구의 아이디어로 시작됐어요.

그러면서 혼자 사는 여성들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서 강해 보이는 이름으로 택배를 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여성들만 겪는 공포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남자들이 노트북 카메라를 가리는 건 본 적이 없지만 제 주변 여자 스텝들이나 친구들은 다 노트북 카메라를 스티커로 가려 놓더라고요.

서윤수 감독: 이 영화는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됐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번 청년임대주택 공고를 보고 신청했고 몇 년간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정말 원했던 청년임대주택을 직접 방문했는데 근사하면서 동시에 새장에서 청년들이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반대로 ‘내가 뽑혀서 저곳에서 살고 있다면?’ 하는 생각에서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장서연 감독: 음식 배달 기사들이 배달 중 음식을 빼먹어 논란이 되었던 당시,

기사로 그 상황을 접하면서 그 밑에 달린 배달 기사들을 비난하는 수많은 댓글을 봤습니다.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질문으로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이 납득하고 또 생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시작했습니다.

박선용 감독: 친구가 쓰고 있는 희곡에서 이 작품이 시작됐습니다.

희곡을 원작으로 하다 보니 다양한 배경에 실사화를 걱정하던 중

어설프게 연출할 바에 그냥 완전한 무대장치를 쓰기로 하고 연극의 형식을 빌려왔습니다.

임선애 감독: <끝내주는 절벽>은 기존의 영화 문법과 다른 독특한 스타일이다. 원 테이크처럼 보이는데 실제 촬영은 어땠는지.

박선용 감독: 원테이크 촬영은 정말 쉽지 않아서 중요한 흐름 별로 6조각으로 나누어 촬영했고

편집으로 최대한 원테이크처럼 보이게 이어 붙였습니다.

아무래도 연극의 실제성과 영화적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희곡 원작의 시나리오라

원테이크처럼 연출되었을 때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쉽지 않았지만 촬영감독님의 적극적 지지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임선애 감독: <라이더>에서 '주영'역을 맡은 배우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장서연 감독: 아무래도 저와 배우님 모두 20대이고 (주인공 ‘주영’이 아르바이트생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경험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그런 과정에서 제가 봤던 기사를 같이 보고 또 공감하면서 함께 영화를 만들어갔습니다.

임선애 감독: <슈뢰딩거의 냥이들>은 주인공인 두 배우들끼리의 케미가 중요했을 것 같은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는지.

서윤수 감독: 실제로 저랑 배우들이 함께 캠핑을 가기도 했고 여러 번의 리허설이 있었습니다.

또 시나리오에 대한 피드백 간의 간극을 끊임없이 소통으로 메꾸면서 그 부분이 영화로도 잘 풀어내졌어요.

임선애 감독: <오배송> 속 섬세하고 여지를 남기는 연출의 완급조절이 굉장히 편안하면서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곽재혁 감독: 사람마다 다르지만 상대적으로 여성은 작은 것도 해석하고 그에 공포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애매모호함인데 고조되는 분위기 속 점점 확신이 생기지만

결국 전체적으로 여지를 남기면서 영화를 끝마치고 싶었어요.

정교한 콘티보다는 강조해야 할 포인트를 중심으로 극을 기획했습니다.

이날 GV에서는 뜻깊은 질문과 답이 오갔다. 5편의 단편 영화들은 각각 형식도 분량도 다른 영화이지만 마치 하나의 장편을 본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은 뿌리 깊은 차별과 편견, 몰염치로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는 사회를 비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어느 공포 영화보다 이 영화들이 무서운 이유는 영화관을 나와도 현실에서 그 영화가 끝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현대인들이 직면한 각기 다른 공포 앞에

각 작품 속 주인공들의 얼굴은 아마도 나와 닮았거나,

내가 방관한 누군가의 얼굴일지도 모릅니다.”

 –임선애 감독-

글

충무로미 박나현

사진

충무로미 전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