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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지의 큐레이션 2

‘표류하는 얼굴들'

10월 31일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5관에서 <조은지의 큐레이션 2>가 진행되었다. ‘큐레이션’은 감독의 시선에서 엄선된 단편 영화를 상영하고 감독들과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조은지 감독은 ‘표류하는 얼굴들’이라는 부제와 함께 어딘가에 표류한 인물들의 감정을 그린 영화 4편을 소개했다.

<여명>

이원영

 

종석과 지훈은 작정 중이다.

그러나 계급적 지위가 있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부조리와 폭력.

또 다른 병사의 등장으로 한 남자는 냉혹한 선택에 놓이게 된다.

<과육>

정은비

어느 날, 대학생 가원은 길거리에서 과육을 밟게 된다.

더러워진 신발을 씻으러 들어간 교회에서

다정한 전도사인 상진을 만나고 가까워지게 된다.

가원은 상진을 통해 구원과 사랑을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모순을 발견한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

조유경

노인문화센터에서 강사로 일하는 만희.

서울에서 먼 거리를 오가며 생계를 유지하는 고군분투의 삶을 살던 중,

수강생 중 한 명인 모일을 만나 한 가지 부탁을 하게 된다.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의 하루를 그린 이야기.

<터>

조현서

벌초와 이장 일을 하며 먹고사는 묘순.

금자의 아들 윤우의 묘를 이장하던 도중,

윤우가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이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한다.

묘순은 죽은 자식을 위한 묘자리 하나 제대로 해주기 힘든

냉혹한 현실 속에 절규한다.

4편의 영화 상영이 끝난 후 GV가 진행되었다. 

조은지 감독: [공통 질문]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 그리고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원영 감독: 평소에 인간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 사고의 프로세스에서 온전한 이성을 가지고 판단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왔습니다. 이걸 한번 영화로 만들어보고자 나온 게 <여명>이에요. 뻔한 공간일 수도 있지만 제 기억 속에 남아있던 군대라는 공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았었거든요.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그때 당시의 마음을 떠올리면서 딜레마에 빠진 인물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정은비 감독: <과육>은 어린 시절 교회에 몸을 담갔던 제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어요. 교회와 신이라는 존재에 끌렸던 이유가 내면의 외로움 때문인지 사람 때문인지 정말 어떤 신이라는 주체에 구원받고 싶었던 건지 물음이 있었거든요. 영화적으로 그런 물음을 풀어내 보고자 했습니다.

조유경 감독: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는 누군가의 SNS의 글을 보다 만들게 됐어요. 시나리오 수업이었는데 너무 좋은 아이디어인데 치매가 있어서 잊어버리고 또 새로운 얘기를 써 내려가시는 분의 이야기였어요. 너무 기억에 남아서 그걸 지켜보는 강사와 또 뭔가를 배우고 지키려는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조현서 감독: 시나리오를 쓸 당시 주변에 죽음들이 많이 닥쳐온 시기여서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걸 하는 도중에 그들이 제각각의 형태로 묻힌 거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살아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죽음의 무게가 당사자와 다르더라고요. <터>는 죽음은 평등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평등한건가 하는 의문점에서 시작됐습니다.

관객: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의 영화 화면 비율이 왜 다른 영화와 다른 건가요?

조유경 감독: 황당한 세계 속에 놓여있는 하루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두 사람을 둘러싼 세계가 황당함으로 구성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와일드한 앵글 샷을 쓰게 됐어요.

관객: <결국 <터>에서 물건이 바뀐 건가요?  왜 노모가 끝에 그걸 안고 뛰어간 건지 궁금합니다

조현서 감독: 처음 시나리오를 썼을 때는 끝까지 애매모호하게 표현하려 했어요. 범인을 모르는 형태로 가져가되 모습 자체만으로 슬프다는 감정으로 시나리오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나중에 선생님이랑 리허설을 하면서 안 바꾸기로 했어요. 도망가는 것도 제일 의심이 가는 주체를 마주했지만 그 의심을 결국 아들을 위해 충분히 풀어주지 못하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인생을 항해로 비유한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는 여정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길을 잃기도 하고,

어떠한 이유로 목적지를 상실해 정처 없이 떠돌기도 한다.

고뇌하는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이 항해 중인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기에,

감독들의 메시지가 더욱 울림 있게 다가온 시간이었다. 

글 

충무로미 임수민

사진

영화 스틸컷, 충무로미 김나영